호주여행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다 17

정다소 2024. 7. 24. 21:56

나의 27살의 생일을 기념으로 오래간만에 한국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 했다.

그램피언스 구경을 나서기로 하고는 친구 8명이서 차를 렌탈하기로 했다.

2일 렌탈하는데 AUD $400 정도였고 8명이 50$씩을 내고 그램피언스 까지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는 기대로 다들 즐겁게 여행에 동참했다.

 

그럼 차 두 대는 누가 운전을 하는가?? 우리 중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날 포함해서 단 두 명뿐이었다.

렌탈시 필요한 국제운전면허증 역시 두 개...

호주에 입국하기전에 운전대 서너번 잡아본게 다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지고 갔었다.

(참고로 국제운전면허증은 가까운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신청을 하면 그날 바로 만들 수 있다. 필증 값 7000원)

 

난 초보지만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했고, 나머지 한명은 운전을 잘 하는 친구였기에 나는 그를 믿거라 하고는 운전대를 잡았다.

호주는 운전대가 한국과는 반대여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스스로 운전을 해서 여행한다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램피언스로 가는 길에 발라렛을 지나가기 때문에 발라렛(소보르니힐)에 가보지 못했던 친구들 몇 명을 입장시키고는 먼저 다녀왔었던 친구들은 밖에서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면서 두어시간을 기다렸다.

아마도 이건 같은 한국 친구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리라...

 

1년을 워킹홀리데이로 지내면서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신념하에 절대 한국친구들을 사귀지 않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답답하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필수이고 외국친구들 한두 명쯤 없는 사람은 소위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 축에 끼면 할 말이 없는 시대라 절대적으로 외국친구 사귀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눈빛만으로도 말이 통하고 진심으로 배려해주는 한국친구들이야 말로 오랜 타지생활에 활력소이자 쉼터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거나 발라렛을 거쳐 그램피언스 Silverband라는 곳의 주차장에서 저녁을 해먹고 차 안에서 하루를 보냈다.

사실 이곳에서 이렇게 지내면 안되지만 아무것도 안보이는 밤이 되면 누구도 제제를 가하지 않을뿐더러 경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모두들 힘든줄 모르고 하루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그램피언스의 절경인 맥켄지 폭포(Mackenzie Falls) 구경을 했다.

검은 벽을 타고 내리는 폭포의 물줄기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마음속에 편안함과 자유의 기분을 흩뿌리며 흘러내렸다.

한쪽에서 수영복차림으로 수영을 하는 오지사람들을 기분 좋게 지켜보며 사진을 몇 장 찰칵거리고는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폭포까지 주차장에서 왕복 1시간가량 걸리는 계단으로 된 길이라 올라 올 때는 조금 힘들다.

 

장소이동을 위해 막 출발하려는데 주차장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내가 사고를 친 것이다.

다행이도 우리 일행의 차였고 후진 중에 살짝 부딪쳐서 두 차 모두 페인트가 조금 벗겨진 것 외엔 특별히 망가지지 않았다. 게다가 렌탈 할 때 보험까지 들어둔 상태여서 모두들 안심을 하고는 출발을 했다.

 

그램피언스에서 그레이트 오션로드쪽으로 내려와 조금 구경을 하고는 다시 멜번으로 돌아왔다.

장시간의 운전으로 피곤했지만 다들 즐거운 1박 2일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날 일어났다. 차를 되돌려 주러 갔는데 접촉사고로 인한 수리비를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보험으로 계산 되고서도 800$를 더 내야 한다면서 청구서를 내미는데 제대로 따져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액수를 물어줘야만 했다.

아직도 그것이 맞는 계산법인지, 덤터기를 쓴 건 아닌지 알 수 없다.

나의 실수니까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걱정 하고 있는데, 같이 운전을 했던 친구가 모두에게 이야기 하고는 100$씩 부담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모두들 흔쾌히 돈을 내주었다.

난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때 이 일을 제안한 친구 말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운전했을 때 사고가 났더라면 너는 모르는 체 하겠냐며 모두들 함께 기분 좋게 여행하고 돌아왔으니 괜찮다며 힘내라고 말하는데 너무나 고마웠다.

산다는 것.. 그리고 타지에서 홀로 여행한다는 것...

때로는 실수도 하고 어쩌면 더 큰 어려움도 겪겠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난 그램피언스의 절경보다도 더욱더 멋진 친구들이, 사람들이 있어서 인생은, 그리고 여행은 이렇게 아름다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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