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5일...
내가 새로 시작 한 일은 Autoliv라는 회사의 공장에서 불량이 난 제품을 골라내는 일이었다.
엄청난 양의 박스를 풀고 그 안에 오류가 잦은 불량제품 번호를 확인하고 그 물건을 빼낸 뒤 좋은 제품들로 다시 박스를 만들어서 포장하는 일이다.
단순노동이지만 시간당 13$로 보수도 좋았다.
이 일을 소개해준 사람은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행사의 사장님 이었다.
그는 약 10년 전에 호주로 이민을 와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여행사를 차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가 예전에 잠시 일을 했던 Autoliv 회사에 시간당 일할 수 있는 워홀생들을 소개해 주고 조금씩 소개비를 받는 일도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하루 8시간.. 100$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는 자리를 얻게 되었다.
대부분 남자아이들을 채용한다고 했는데 친구들이 내가 힘도 세고 일도 잘한다고 좋게 말해줘서 채용 된 것이다. 일이 계속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 회사에서는 가끔씩 사람들을 필요로 했고 이번일은 약 한 달 정도의 일거리 분량이라고 했다.
손에 주부습진으로 고생했던 친구와 호주에 온지 3일 된 그의 후배, 그리고 나.. 그리고 또 한명은 잘 모르는 22살 남학생이었다. 우리 네 명은 멜번 시티에서 서쪽으로 기차를 타고 가장 마지막 역인 업필드(Upfild)에 있는 공장에 가서 하루 8시간씩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외국이라서 그런지 토요일은 4시간 밖에 일할 수 없었고 일요일은 쉬어야 했지만 주중에는 열심히 일을 하러 다녔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도 많이 있었다. 다들 참 친절해서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점심 값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우리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점심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했다.
한 친구는 오후에는 영어공부를 하겠다며 오전만 일을 했고, 22살짜리 남학생도 공부문제로 일을 그만 두었다. 그렇지만 나는 빠지지 않고 온종일 일하러 갔다.
그래서 가끔 친구들이 나에게 ‘너는 정말 워킹 홀리데이를 온 것 같다’ 며 일만 하는 나를 놀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우리를 감독하고 일을 지시하는 ‘존 프레도’라는 50살쯤 된 아저씨와 일을 하면서 영어로 이런저런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주변에서 일하는 다른 호주인들과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나는 산 경험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거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열심히 일을 했다.
그리고 통장의 잔고가 1000$이 넘어가면서 일거리가 있다면 계속 일을 해서 3500$(한화 약 280만원) 을 벌었을 때 멜번을떠나 다른 도시로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이 좀 힘들긴 했다. 무거운 박스를 들고 다니고,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힘든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 나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감사해 하며 일할 수 있었다.
즐겁게 일을 한지 3주가 지났을 때, 우리가 너무 일을 빨리 처리하는 바람에 모든 일거리가 끝나버렸다. 더 이상 일이 없다며 다음에 일이 생기면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3500$의 꿈이 날아가고 있었다.
배찌 팔기와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모은 돈은 이것저것 생활비를 지출하고 한 달쯤 후인 2월 25일... 통장의 잔액은 1700$ 이었다.
겨우 200$에서 시작해 두 달쯤 일을 해서 1700$을 벌었으니 다행이었지만 더 이상 일이 없는 것이 걱정이었다.
공장의 일은 또 언제 생길 지 알 수 없고 공장에 다닌다며 반짝이 배찌 파는 일도 그만 둔 상태에 일취월장의 영어실력도 가지지 못한 나는 정말 공중에 뜬 것 같았다. 게다가 한동안 일을 하느라 주변여행 조차도 못했던 상태였다.
이 때 두 달 전에 여행을 떠났던 H가 약 2주쯤 전부터 밀두라의 한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농장에 가서 열심히 일을 하면 금방 돈을 모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여태 흘려들어왔었는데 이제는 내가 농장으로 가야 할 때 인 것 같았다.
3월 1일 밀두라행 기차에 올랐을 때 전화가 왔다. 공장에 일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번엔 1명이 필요하고 일이 꽤나 오래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밀두라행 기차에 오른 나는 한 달쯤 후에 그 일이 있다면 내가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고는 기차에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농장생활을 위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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