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버린 힐에 다녀 온지 보름 만에 다시 그레이트 오션로드(Great Ocean Road)라는 곳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물론 H의 차로 5명을 꽉 채워서 떠난 것이다.
아무래도 먼 곳까지 차로 달리면 기름값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많이 모여서 가고 돈도 나눠 내는 것이 경제적이다.
2003년 12월 16일 아침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12시가 다 되어서야 멜번 시티를 떠날 수가 있었다.
좀 늦은 출발이긴 했지만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H의 차가 소버린 힐에 갔을 때와는 다른 차였다. 그때의 차는 좁아서 덩치 좋은 다섯 명이 앉아가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번엔 아주 넓은 차였기 때문에 아주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가 있었다.
H의 첫 번째 차는 시티의 주차금지 지역에 세워놨다가 견인을 당했다. 견인된 차를 되찾는데 200$의 벌금을 내야 했다.
그는 그 차를 다른 사람에게 벌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400$에 팔고는 또 다른 차를 구입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널찍한 차에 다섯 명이 편하게 앉아서 해변을 달려가는 기분이란 정말 상쾌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멜번에서 차로 약 4시간가량 걸린다. 말 그대로 ‘해안선을 따라서 만들어 놓은 길’로 그 길의 주변 경치가 너무나 멋지고 웅장해서 유명한 관광지로 부각된 것이다.
가장 유명한 곳은 12사도(Twelve Apostles)라 이름 붙여진 곳이다.
해안에서 조금씩 떨어져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돌들이 12개가 늘어서 있고 그 모습이 기이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절벽(limestone cliff)이 오랜 시간 바다의 바람과 파도에 깍겨서 아치가 됐다가 가운데 부분이 끊겨져 나가면서 육지와 분리되어 마치 바다에서 솟은 돌처럼 보여 더 장관이다.
아주 오래전, 이곳이 관광지가 되기 전에는 배들이 난파되는 곳으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Loch Ard Gorge(로크 아드 협곡), The Arch(아치), The Razorback(레이저백), Thunder Cave(썬더 동굴), The Blowhole(블로우홀), London Bridge(런던브릿지) 등이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볼거리 들이며, 어떤것들은 12사도보다 풍화작용이 덜 진행된 상태라고 보면 되고, 어떤 것은 더 많이 진행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멜번에서 즐롱(Geelong)을 지나고 토키(Torquay)를 지나면서 몇 번이고 정차를 해서 주변 경치를 즐긴 후에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아폴로 베이(Apollo Bay)에 도착한 우리들은 12사도와 그 밖의 경치들을 뒤로 미루고 우회전을 하여 너도밤나무 숲(Beech Forest)이라 불리는 산속으로 들어갔다.
산길이라 길도 울퉁불퉁 한데다가 건조하여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Beauchamp Falls 이었다. 사실 이곳까지 차를 타고 갈 수는 없고 이곳 입구에 내려 약 30분가량 걸어 내려가면 시원한 폭포소리가 들리는 뷰챔프폭포(Beauchamp Falls)에 도착한다.

우리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계곡이 그곳에 펼쳐져 있었으며 우리는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크고 울창한 나무들과 높기도 한 벼랑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멋지다고 느꼈지만 우리나라의 경치에서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멋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치가 규모는 작지만 이곳보다 훨씬 섬세한 아름다움을 가진 경치 인 것 같다.
이렇게 한참을 즐기다가 다시 차로 돌아와 12사도가 있는 포트캠벨(Portcampbell) 쪽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지만 하늘은 보라색과 붉은색으로 물을 들이다가 이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뱃속에서 꼬르륵거리기 시작했고 자야할 곳도 필요했다.
자동차를 세울 수 있는 Caravan Park나 Camping Area 지역에 들어가려면 40$ 정도의 돈을 내야했다.
다들 절약하려고 애쓰면서 살고 있는 ‘워홀생’ 들이라 그냥 차 안에서 자기로 의견을 모았다.
(프린스타운)Princetown을 지나 해안도로의 중간 중간 바다와 경치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Scenic View(전망대?)라는 곳에 차를 세웠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 졌고 주변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이제 바다는 아무런 경치도 보여주지 않았고, 그저 철썩거리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코펠과 버너를 꺼내 차의 라이트를 불빛삼아 라면을 끓여 먹고는 후식으로 맥주를 한 캔씩 들고 쏟아질 것 같은 별빛과 기분 좋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고 있었다.
“반딧불이다!!!” 갑자기 H가 소리를 질렀다.
정말로 멀지 않은 곳에서 야광으로 빛을 발하며 꽤나 커다란 반딧불이가 둥실둥실 날아가고 있었다.
맥주 한 캔도 다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바람과 분위기에 한껏 취한 우리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난간 쪽으로 달려갔다.
모두들 ‘한국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반딧불이를 이런 곳에서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구나’ 라는 생각에 들떠서 조용히 감상하려던 순간, 작은 방울소리가 들렸다.
"뭐지?" 어처구니없게도 그건 반딧불이가 아니라 낚시의 야광찌였던 것이다.
한 호주아저씨가 어깨에 낚싯대를 메고는 벼랑을 따라 나있는 좁은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갑자기 환호성을 듣게 된 그 아저씨는 멋쩍은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나 우리 차에서 좀 떨어져 세워져 있던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황당함과 허탈감이 컸지만 서로 얼굴을 처다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렇게 즐거웠던 시간을 끝내고 차안에 앉아 조금은 불편하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서서히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굽어진 몸을 펴며 차 밖으로 나온 우리들은 또 한번 비명을 질렀다. "으악!!"
차에 엄청나게 많은 파리들이 붙어서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여태 살면서 그렇게 많은 파리는 처음 봤다.
여름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파리떼는 씻지 않아 꼬질하고 부시시한 우리들을 전혀 겁내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의 등과 머리 모자에 앉아서 여전히 피곤함을 달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파리떼 보다도 우리를 놀라게 했던 건, 바로 우리가 머물었던 곳에 12사도들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어젯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바다에 죽 늘어서있는 12사도 바위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더 눈부시게 빛났다.
여행은 늘 이런 맛이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광경을 만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늘 우리를 즐겁게 하거나 혹은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모습으로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한참을 가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12사도를 만난 후 계속 도로를 달려 런던브릿지라 불리는 곳까지 구경을 했다.
계속 운전해야 했던 H는 고생을 했지만 우리는 정말 여유롭게 즐겼으며, 기분좋은 여행으로 기억할 수 있었다.
여름이 아니라 겨울의 12사도를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남기고 멜번으로 차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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