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다 - 8

정다소 2024. 7. 20. 01:00

 

멜번 생활을 함께 했던 내 자전거

 

나와 자전거의 만남...

 

멜번 시티에 ‘Big W’ 라는 커다란 마켓이 있다. 이 당시 막 공사를 마치고 신규 오픈한 마켓이다.

open 행사로 모든 품목을 할인해 주었기 때문에 보통 중고 자전거가 110$ 정도였는데 반해  88$ 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새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런데.. 두둥.... 문제는 이 자전거가 조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커다란 자전거 상자를 혼자 들고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자전거를 사서 집까지 타고 가겠다며 J를 먼저 보내고 마켓에 혼자 갔었던 것이다.

가격을 지불하고 마켓 앞의 Hall에서(Big W는 지하 1층이다) 상자를 뜯고 자전거를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자전거 조립이 쉽진 않았다.

설명서를 보면서 조립을 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공구는 맥가이버칼 밖에 없었다.

커다란 너트를 조여야 했는데 손으로 조이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도저히 안되겠길래 마켓의 점원에게 스패너를 하나 빌렸다. 그는 스패너를 빌려주면서 마켓 내부로 들어와서 조립을 하라고 했다.

 

시간은 5시 30분... 이 마켓이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매장을 빠져나가고 직원들은 정산과 정리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으며 5시 40분이 되니 매장 셔터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토요일 이었다!!!

하지만 조립을 끝내야 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에 혼자서 꿋꿋하게 조립을 했다.

조립이 끝난 시간은 6시였고, 스패너를 돌려주며 내려간 셔터를 다시 열어 달라고 해서 나올 수 있었다.

 

직원들의 눈에 나의 모습이 처량해 보였을까? 아니면 신기해 보였을까?

어쨌거나 아무도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나는 가장 이상했다.

한국에서라면,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남자 직원 한명쯤은 불쌍해서라도 조립을 도와주려고 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조립이 끝난 자전거를 끌고 올라와 자전거에 올라탔을 때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포장되어 있던 자전거였으니 바퀴에 바람은 넣어둘 필요가 없었겠지...

멜번의 Swanston St. 끝자락에 가면 오토바이 상점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것을 기억해 낸 나는 그곳에 가면 바퀴에 바람을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고 그곳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그곳은 이미 전부 문을 닫았다.

아무리 토요일 이지만 이건 너무 했다.  오토바이 상점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어떻게 하지?'

 

다행이 횡단보도에 자전거를 세우고 서있던 사람에게 내 자전거를 보이며 손짓 몸짓과 함께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으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주유소로 가라고 했다.

이곳에선 주유소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ir pump가 설치되어 있다.

또 다시 주유소를 찾아 20분을 걸어간 끝에 겨우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을 수 있었다.

 

이제서야 겨우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10분을 달려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세워 둘 수가 없었다.

자전거를 세워둘 때 쓰는 스텐드가 없었던 것이다. 자물쇠도 없었다.

자전거 조립하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이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틀 후에나 자물쇠를 샀고 기본적인 조작을 위해 작은 스패너도 샀다. 또한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항상 헬멧을 써야 했기 때문에 싸이클용 핼멧도 하나 샀다. 스탠드는 없어도 그냥 나무나 벽에 세워두면 될 것 같았다.

핸들 부분을 조여주려면 육각랜치가 필요했지만 그것까지 필요할 까 싶어, 자전거가 잘 조립되었는지 확인도 받을 겸 육각랜치로 간단히 조여달라고 하려고 자전거 상점에 갔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손을 봐주고 확인해 주는 데에 자전거 가격과 비슷한 금액을 요구했기 때문에 포기 할 수밖에 없었고, 계속 흔들리는 핸들 부분은 고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랜치로 그 부분만 조여 달라고 했더니 3$을 달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어디서든 자전거 상점에 가면 기본적인 수리는 무상으로 해준다.

그러나 이곳에선  겨우 랜치로 서너번 돌려주는데 3$ 이라는 금액을 받는다.

이런 점에선 한국이 너무도 그리웠다.

이곳 사람들이 친절과 미소로 대한다 한들 한국인들의 은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나의 자전거는 잘 빠진 중고 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보잘 것 없었고, 가격 면에서도 큰 이득이 된 것이 없었으나, 나에겐 둘도 없는 보물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고생이 자전거에 대한 애착으로 밀려왔고, 그것은 나의 멜번 생활과 늘 함께 해주었다.

 

이 자전거와 함께 멜번 곳곳을 누비고 다녔으며, 기차(전철)에도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었기 때문에 가끔은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멀리까지 나간 후 나머지 길들을 자전거로 달리며 주변을 구경할 수 있었다.

 

또한 자전거를 타면 집에서 시티까지 평평한 도로를 달려 20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가볍게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짧은 구간을 다니며 인스펙터를 만날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2주 후부터는 자전거로 달리는 구간이 더 이상 가벼운 운동이 아니게 되었다.

이사를 가게 됬기 때문이다.

 

스텐드가 없어서 도로에서 사진에 찍힐 땐 늘 누워있어야 했던 나의 자전거

 

 

기차를 타고 zone 3 까지 나가서 만난 멜번 외곽의 한가한 마을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간 zone 3 외곽지역의 한가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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