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 블루마운틴의 세자매 봉
브리즈번에서 시드니로 가는 버스(Premier motor service)표는 약 80$ 정도 주고 샀다.
비행기는 130$정도에 2시간 만에 도착하지만 시간도 많고 땅을 밟고 달려 여행하는걸 좋아하는 나는 버스로 시드니까지 가기로 한 것이다.
버스로는 무려 16시간을 달린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긴 하다. 운전사 보호 차원인지 두 시간에 한번씩은 쉬는 것 같았다. 덕분에 중간 중간 들리는 휴게소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 몇 번 쉴 때는 얼른 달려 나가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려고 돌아다녔는데 밤이 되니 몸도 지치고 졸려서 몇몇 휴게소는 창밖으로만 넘어다 만 봤다.
10월 29일 아침 7시 시드니에 도착했다. 숙소를 찾아 가니 방이 거의 꽉 찼다며 남녀 8명이 같이 쓰는 방만 남았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 방에 들어가 다들 잠을 자는 틈에서 부스럭거리며 짐을 풀고 아침 8시에 시드니 기차역으로 갔다.
거의 18시간에 달하는 버스 여행과 선잠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잠은 잤으니 아침 8시부터 또 잠을 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리고 가이드북에 의하면 9시 이전 블루마운틴행 기차는 요금을 할인해준다는 글을 읽었었다.
할인 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표를 샀다. 왕복 요금으로 14$ 이었다.
기분 좋게 기차에 올라탔다. 블루마운틴이 있는 카툼바 역 까지는 정확히 1시간 50분이 걸렸다.
카툼바 역에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춥다!'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긴 팔에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물론 오늘 아침 버스에서 내린 모습 그대로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얇은 남방 하나는 걸쳤으니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왔으니 블루마운틴은 가야 했다.
카툼바 역에서 나와 카툼바 st. 길을 따라 약 40분쯤 걸으면 에코포인트(Echo point)에 도착한다.
사실 걸으면서 땀이 났고 다행이 추운게 좀 가시긴 했지만 에코포인트에 도착하니 카툼바 역에서 저렴한 요금에 에코포인트 까지 다니는 버스가 있었다. 나 혼자서 40분을 낑낑대면서 걸어온 것이었다. 내가 정보 없이 너무 무작정 온 것이다.
어쨌거나 에코포인트 에서는 블루마운틴의 자랑거리인 세 자매 봉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이다.
멋진 사진 속에서만 봤던 세 개의 봉우리가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구경하는 사람도 꽤나 많았으므로 여러 사람에게 부탁을 해서 내 사진도 여러 장 찍을 수 있었다.
30분쯤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나니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
'뒷쪽에서 보는 세 자매 봉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무작정 산쪽으로 나 있는 길로 들어섰다.
끝없이 내려가는 계단을 만나고 카툼바 폭포도 만났다. 푸른 산속의 울창한 나무들과 끝없이 지저귀는 새들도 만나고 작은 개울도 수없이 만났지만 사람은 단 4명을 만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처음 1시간이 지나갔을 때쯤에는 내가 길을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되돌아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그동안 내가 엄청나게 많은 계단을 내려 왔다는걸 깨달았다.
다시 올라가려니 너무 끔찍했다.
이렇게 많이 내려왔으니 언젠가는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온 길을 되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사람이 거의 없긴 하지만 이정표나 길은 확실히 있었던 것이다.
2시간 쯤 지났을 때 앞에서 오는 젊은 커플을 지나쳤다. 서로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가벼운 목례와 미소로 인사했고, 나는 잘못 든 길이 아니라는 확신을 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그 뒤 두 시간 동안 역시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하늘도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았고 점점 추워졌다.
세 자매 봉 뒤쪽인 것 같았지만 이제 올라갈 때 쯤 된 것 같은데 끝없이 내려가는 길만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산속에서 날이 저무는 건 아닌가? 되돌아가는 기차도 타야 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장 우스운 일은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산속에서 밤을 지새우는데 필요한 물건이 있음을 확인하며 다행이라고 생각 한것이다.
그 물건이라고 해야 고작 맥가이버 칼과 물통, 라이터와 손목에 멋으로 묶어둔 긴 가죽 끈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당시 이렇게만 있으면 산속에서 하루쯤은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걸어가다가 또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그 사람들은 사진작가인 것 같았다.
사진작가들이 가지고 다니는 커다란 사진기에서 나는 철컥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둘 중 사진기를 들고 있는 사진작가와 필름통을 가지고 있는 조수는 나무와 새들을 찍는데 정신없었다.
그 들 곁을 지나면서 조금 더 걸으니 케이블카가 정차하는 곳이 있었다.
역시나 내가 5시간 가까이 걸어와서 볼 수 있었던 세자매봉 뒤쪽까지 왕복 10$에 케이블카가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케이블카가 정차하는 곳에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되돌아가는 길만 있을 뿐이다.
황당함과 지침으로 멀뚱멀뚱 서있는데 케이블카 안내원이 안타냐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표가 없고 여기까지 걸어 내려 왔다고 말했다.
안내원 말이 올라가서 편도 티켓 요금을 내면 된다며 타라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올라가는 5시간을 5$과 맞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좋아라 하며 케이블카에 타고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광경은 정말 멋있었다.
에코포인트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멋진 광경이었다.
이런 광경 때문에 케이블카가 다니는 거겠지만 말이다.
나의 여행에 대부분의 패턴은 늘 행동하고 나서 나중에 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르거나 원하지 않아서 내 마음대로 했던 행동이 늘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 같다.
나는 블루마운틴을 5시간 동안 부시워킹으로 구경했으며 5분동안은 케이블카로 멋진 블루마운틴 경치를 즐겼다.
그리고 케이블카 출발지인 에코포인트에 도착해서 내려했던 편도요금 5$은 표 받는 아저씨가 안내도 상관없다며 그냥 가라고 했다. 5자가 준 행운의 여행이었다.
이렇게 멋진 블루마운틴의 하루 여행을 끝내며 내려갈 때는 버스로 카툼바 역까지, 그리고 5시 30분 기차에 올라 시드니 시티로 향했다.
'Thank my lucky trip'
'호주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다 - 7 (0) | 2024.07.19 |
|---|---|
|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다 - 6 (0) | 2024.07.19 |
|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다 - 4 (0) | 2024.07.19 |
|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다 - 3 (2) | 2024.07.19 |
|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다 - 2 (2) | 2024.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