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캐드로 도면 그리는 일 밖에 없었다.
건축기사 자격으로 시공회사를 가고 싶었으나, 여성이자 지방대학 졸업생인 나는 스스로 기가 죽어서 좋은 일자리들에는 원서도 내밀어 보지 못했고 원했던 시공회사 자리도 얻기가 힘들었다.
건축공학과를 졸업 후 한동안 직장을 찾아 헤매다가 조그마한 설계사무실에 취직했고, 처음 몇 개월동안 형편없는 보수에 시작한 일은 단독 연립 설계도를 그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점점 그리는 횟수가 줄어들고 괜한 사무실 청소와 커피 타는 일. 더군다나 회사가 이전을 하면서 출근을 해서 하는일은, 페인트칠에 사무실 가구 배치 등을 하는 것이었다.
대충 정리가 되면서 다시 설계도 그리는 일이 시작되었지만 단독 아파트 설계도를 그리는 대신 분양도면을 그리고 잘 하지도 못하는 포토샵까지 겨우겨우 해야 했다. 그리고 벌써 3달째 월급이 밀려 있었다.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소규모 설계 사무실들은 많이 문을 닫고 있었다.
많지도 않은 월급에 밀리기까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던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항상 꿈꿔왔던 외국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돈도 없었고, 그나마 밀린 월급을 받을 때 까지는 한국에서 버텨야 했다.
일단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제일먼저 든 생각이 ‘'돈'’ 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행 다녀오라고 돈을 대줄 정도로 부유하지 않았으며, 나는 융자받은 대학 등록금을 갚아야 했다.
2003년. 일단 10월에 외국에 나가기로 계획하고 4월초에 일을 그만두었다.
5월부터 00화학시험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 했다. 시간당 수입은 4000원으로 한달이면 80만원이 조금 넘었다.
아르바이트로는 꾀나 많이 받는 편이었지만, 만약 나가기 전에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5월 중순부터는 집 앞에 편의점에서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을 했다. 시간당 2300원에 한달이면 52만원 정도였다. 하루에 잠은 4시간을 자고, 나머지 4시간은 이동시간, 씻는 시간, 밥 먹는 시간으로 지냈고 때로는 취침시간이 3시간 밖에 안 되는 날도 많았다.
2달을 이렇게 지내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으며, 외국여행을 하겠다고 계획한 사람이 어느 나라로 떠날지, 언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두 번씩은 읽었던 한비야님의 ‘'바람의 딸 -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에 반하여 세계여행을 꿈꾸던 나였지만, 이 막연한 바람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막무가내식의 나의 계획이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체계적으로 여행에 대해 계획해야 겠다!!’ 고 생각이 든 나는 7월말에 일단 편의점 일을 그만두었다.
그러자 저녁시간이 많이 한가해졌다. 다행이도 8월엔 밀린 월급을 받았으며, 연구소 일도 익숙해지면서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던 것이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워킹홀리데이’라는 단어를 찾았다. 캐나다, 일본, 호주...
캐나다는 나이나 금액이나 선별인원에 제한이 있다는 둥, 여러 면에서 나에게 불리했고, 일단 나간다면 멀리 가고 싶었다.
호주... 이런저런 여건에 가장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킹홀리데이는 일을 하면서 여행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또한 호주는 한국학생들이 어학연수도 많이 간다고 하고,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료 강좌도 한다는 글을 읽으면서, 내가 가야 할 곳은 호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9월. 일을 그만두자 그동안 모아진 돈은 600만원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이 돈을 전부 여행에 쓸 수는 없었다.
등록금 융자며, 보험금등이 매달 12만원씩 나가야 했다. 1년을 계획 중인데 그러려면 통장에 최소 150만원은 두고 떠나야하는 것이다. 또한 가려고 계획하니 사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디지털 카메라도 한대 구입해야 했고, 침낭에 배낭에 자질구레한 물품들까지 사야했다.
심지어 나는 좋은 운동화 한 켤레 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몸집이 좋아서 인지, 항상 길거리에서 사는 운동화들은 3~4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뜯어지기가 일수였던 것이다.
그 동안 번 돈이 마치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나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니 계획된 일도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일단 호주의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서식을 다운받아서 적고 e-mail 로 보낸 후 17만원(?)정도를 무통장 입금을 하면, 약 2주쯤 후에 역시 e-mail로 비자 발급을 알리는 메일이 온다.
물론 그 중간에 신체검사도 받아야 한다. 이때 너무 나쁜 병이 아니라면, 의사와 면담할 때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한 4년 동안 ‘갑상선 기능항진증’을 앓고 있었는데, 오랜기간에 걸친 약물치료법으로 거의 정상이 되었다.
하지만 예전에 약물치료 한 기록을 묻는데서 쓸데없이 이 이야기를 하고 만 것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비자도 없다.'
말 그대로 건강하고 성실한 청년들만의 워킹홀리데이 인 것이다.
부랴부랴 치료받던 병원에서 건강하다는 진단서(1만원)까지 발급받아서 제출하고서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비자 신청에 신체검사에 약 20만원 정도와 그동안의 시간까지, 한순간 발언으로 모든 계획을 몽땅 날릴 뻔 했던 것이다.
어쨌든 호주는 건강한 대한민국 30세 이하의 청년이라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받기가 생각보다는 쉬운 편이다.
이제 비자를 받았으니 비행기표만 사면된다. 1년 오픈으로 90만원에 호주 비행기 표를 샀다.
이렇게 준비를 하다보니 출발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돈’은 여행자 수표로 230만원에 현금 20만원이 환전된 금액이었다.
이래저래 준비를 마쳤으나, 아직 말 한마디 못하는 수준에 ‘여행자를 위한 영어회화집’을 들고 2003년 10월 13일. 내나이 26살에 호주행 비행기를 탔다.


e-mail로 이러한 메일이 오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일단 얻은 것이다.
내용은 비자를 받았으며 E- VISA를 받고 12개월 안에 출국 할 수 있는것과, 입국 후 12개월동안
호주에 머물 수 있다는 내용. 입국시 비자로 효력이 있고 ,
호주에 입국해서 입국사무소에 가서 비자 라벨을 받으라는 것과
한곳에서 3개월 이상 일하면 안되고, 3개월 이상 공부하거나 배울 수 없다는 경고등 이다.
그리고 즐겁게 여행하라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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